아래는 Cinthia님께서 2003년 다른 번역카페에 올려주신 글입니다.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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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작가하면 뭐가 연상되시나요?
두꺼운 사전들, 원서들, 노트북, 늦은 밤 스탠드....
'작가'라는 타이틀. 출판사 사장이든 누구든 일로 아는 사이면
'선생님'이라고 불러줍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멋있습니다. 진짜 cool입니다.
일단, '번역'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우아하지 않습니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특별한 사람으로 보이니까요....
그것도 몸이 아니라 순전히 머리로 하는, 지적이기 그지없는....
그 '멋'에 많은 사람들이 달겨듭니다.
영어, 일본어 전공자나, 전공자 아니더라도 그 계통 언어
쫌 한다 하면 아무나 달겨듭니다.
딱히 이렇다할 직업을 못 구한 경우엔 더 그렇습니다.
"번역이나 할까...."
그러다 진짜 번역이란 실체에 부딪혀 보면,
'번역이나' 정도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기겁을 합니다.
생활비는 바라 볼 수도 없는 턱없이 낮은 번역료,
그나마 책이 나온 후에 받기라도 하면 감사, 책이 발간 안되면
떼먹히기 일쑤...., 한 문장 갖고 며칠을 또 고치고 또 고치고
하는 사이 늘어나는 진통제 투여수....적어도 하루에 대 여섯 시간은
꼬박 의자에 붙어있어야 하기에 치질, 요통, 목디스크, 심지어는
자판 두들기다 손목 관절통에 손가락 마비증까지....마감일 가까우면
긴장증 때문에 히스테리....가정생활, 인간관계 소원해지고...
대 여섯시간이나 컴퓨터 모니터 보는 탓에 시력도 가물가물,
마귀할멈처럼, 혹은 낮술 한 사람처럼 눈은 있는대로 충혈되고,
얼굴은 퉁퉁 붓고.....
'번역이나' 하던 사람들은 기겁을 해서 뒤로 나자빠집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이나'를 찾아나서지요.
이 번역계에는 그런 사람들이 왔다가면서 남겨놓는
여파로 인해 '번역이나'가 아니라 '번역만큼은' 하는 사람들이
피해를 당하고 있습니다.
출판계에서도 '번역이나' 풍조를 알기에
이 '번역이나'한테 맡겼다가 다시 안 보면 그만이다 생각하고,
번역료 싸게 주고, 떼먹고, 수틀리면
다른 '번역이나'에게 손벌리지요.
그야먈로 '번역이나'는 줄을 섰거든요.
번역 중개회사, 번역학원, 번역 인터넷 싸이트.....
어디 구인 싸이트에 들어가서 번역 쪽에 클릭해 보십시요.
'번역'이라는 말만 들어가면 조회수가 몇 천입니다--
희한하게 통역 쪽은 또 적습니다. '말'은 딸리지만 '글'은
된다는 건지-추종을 불허합니다.
그 모든 사람이 '번역만큼은'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군요....
여러분은 '번역이나'십니까?
아니면 '번역만큼은'이십니까?
번역해서 좋은 점은 말씀드리지 않을랍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나쁜 점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갯수에선 비교가 안되지만 무게에선
압도적으로 우세합니다. 바로, 책이 되서 나올 때의 '보람'입니다.
전, 그래서 번역이란 걸 합니다.
자기가 창작하는 글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한 글을 다루지만
해석이 아닌 번역입니다. 창작이지요.
그리고 제가 모르는 내용을, 제가 배우지 못한 내용을
제가 뽑아낸다는 매력....
자기가 창작하는 글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쓰는 것,
번역은 자기가 모르고 있던 것을 쓰는 것,
그리 많은 것을 알고 있지 못한 저로서,
하지만 글을 사랑하는 저로서,
'도전'을 좋아하는 제게 '딱'입니다.
오늘은 지난 번에 말씀드린 도서 검토에 대한 이야기를
미룰랍니다.
번역에 대해 같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습니다.
최소한 번역이 뭔지 알고 달겨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차원에서 말입니다.
마감일을 몇 달 넘기고 계시다는 분이 리플을 달아 주셨더군요.
고치는 한이 있더라도 완벽한 번역을 넘기고 싶어서라고.....
그 분께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번역에는 최상이란 없다. 최선이 있을 뿐...."
제가 만든 말인데, 하고보니 어디서 듣던 말같기도 하네요...
어쨌든 맞는 말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한 문장가지고도 거짓말 조금 보태서 수백개의 번역 문장도 나옵니다.
그 수백개가 쓰는 순서대로 나아진다는 보장만 있으면
수백개가 아니라 수천개도 뽑아내야지요.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전 오히려 고치고 또 고치는 동안,
원저자의 마음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처음 책을 쭉 통독해 나갈 때 받는 느낌,
그 순간의 맥락,
그게 저자의 마음이요, 의도라고 생각합니다.
한 문장 고치면 그 다음 문장도 고치게 됩니다.
그럼, 그 다음 문장도 그에 맞추어 고쳐야 합니다.
날은 한정없이 흘러가구요....
그리고 그 동안 그 글은 저자의 글이 아닌,
번역자의 글로 바뀌어갑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번역자는 저자의 지식을 통해
자기를 표현하는 사람이지, 결코 저자의 지식을
가져다가 자기 걸로 '도용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거친 문장을 다듬어 가는 정도는 필요하지만,
너무 많은 손질을 하는 것, 그것도 납기일을 며칠도 아니고
몇 달씩이나 넘기는 일은.....
프로는 더더구나 그래야겠지만
초보는 '납기일' 엄수가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고치고 또 고쳐야 할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납기일안에 고치고 또 고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번역자가 '이거야'하고 내미는 번역문도
전 최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최선'일 뿐입니다.
우리는 그 최상의 잠재력을 가진 최선을,
약속한 기일 안에 뽑아주는 사람이구요.
뭐, 하다보니 감히 잔소리 비슷하게 되었네요.
이 모든 이야기는 제가 일하면서 듣고, 말하고,
배우고, 느낀 것들입니다.
앞으로 더 경력이 늘어나면 또 어떤 생각을 하게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번역이나' 하는 것이 아니라 '번역만큼은' 꼭 내가 하리라!
이 곳 이름이 아주 좋습니다.
번역사랑-
번역을 사랑하셔서 이곳에 오시는 모든 분들은
절대로 '번역이나'는 될 수 없다고 믿습니다.
그 리플 달아주신 분도 번역을 너무 사랑하기에
고치고 또 고치고 계신 거겠지요.
하지만 번역은 혼자 하는 게 아니고
저자와 출판사와 함께 셋이 손가락 건 '약속'의 관계이니
어쩝니까? 그 약속을 꼭 지키는 것도 번역사랑의 길이라
생각해 봅니다.
머리 아픈데, 고만 고치세요!
잘 생각해 보시면 지금 것도 훌륭하답니다! *^^*
부족한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고픈 분들이 계셔서
리플을 달아주시는 한, 조만간 또 올랍니다.
진짜 도서검토와 국내외 출판사 컨택 요령에 대해서 말이죠.
*출처 - 주간번역가(http://cafe.naver.com/transweekly.ca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