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Cinthia님께서 2003년 다른 번역카페에 올려두신 글입니다.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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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글 올려놓고 좀 불안했습니다.
고작 단행본 열 권 낸 주제에 무슨 프로작가인양
젠체한 것 같기도 하고....
절대 그럴 맘은 없었지만 원래 발언 스타일이 과격한 편이라
기분 언짢게 받아들인 분들도 없지 않았을 것 같았지요.
하지만 저 또한 당했던 피해자로서,
저 또한 번역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나도 번역이나 해 볼까'하면서 번역을 해석쟁이로
오해하는 사람들을 보면 확 그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번역이라는 것이 얼마나 피말리는 작업인지
아는 사람으로서,
단호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요.
자, 오늘은 거두절미하고 여러분이 궁금해하실
'길'에 대해 말씀드릴랍니다.
먼저, 여러분과 저와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저는 미국에 살고 있고-미국 온지 3년 됐습니다.-
여러분은 한국에 살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전 이 '길'이라는 것이 제가 미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만 가능했다고 생각지 않기에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 '미국 사니까 그렇지'하는 분들이
계실까봐 우려에서 먼저 말씀드립니다.
자, 시작합니다.
알기 쉽게 번호붙여가며 하지요.
아, 그 전에 약간의 배경설명.....
제가 말씀드리는 이 '길'은 이전에 말씀드린 '기본'이 되어 있는
사람에게 해당된다고 먼저 짚고 싶습니다.
쉽게 말하면 '실력'입니다. 어느 정도의 기본기와 실력이 밑바탕이
되어야 통합니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안담그지 말고,
자기 실력을 평가받아 본다고 생각하고 정말 '사심없이',
제가 말씀드리는 '길'을 따라 가보십시요.
출판사측에서 '미안합니다. 조금 더 번역 공부를 하신 다음에
오십시요'하고 메일을 받는다면.....
흠....그런 분들은 또 다른 방법을 강구해 봐야 합니다.
그게 뭐시냐....진짜 번역 공부 더 해야지요....뭐.
기본을 연마해야겠지요.
자, 진짜 시작합니다.
1. 자기 '색깔'을 정한다.
현재 국내에서 출판되는 단행본 중 80%가 번역서라는 사실을 아십니까?
허허....번역작가의 시장이 이렇게나 넓습니다. 그 번역서 중 영미권 서적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지요. 영어 다음으로는 일본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번역서 중 또 우리가 잘 아는 시드니 셀던이나 존 그리샴같은
대중 소설, 픽션의 양은 또 얼마나 되는 줄 아십니까? 정확한 %는 잘 모르지만 별로 안됩니다. 그보다는 사회과학이나 인문과학, 즉 경제, 비즈니스, 처세, 자기계발, 건강....등등 논픽션 분야가 더 많습니다.
근데 많은 번역작가 지망생들이 '픽션'에 도전합니다. 왜죠?
바로 '멋' 때문입니다. 시드니 셀던이나 존 그리샴, 스티븐 킹의 작품을
번역한다 하면 누구나 '아,,,,,대단한 번역작가구나'하거든요.
근데 전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참고로, 지금 우리가 다 아는 대중 소설 번역하는 사람들 중에는
연고 번역자도 많습니다. 출판사 사장이나 편집장이 직접 하는 경우도 있고, 그 사람들 아는 사람, 어쩌고 저쩌고도 많다는 말입니다.
무조건 그런 소설 한다고 진짜 실력자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말입니다.
나중에 말씀드리겠지만 그런 '대단한 실력자'들 작품에서도 심심치 않게 치명적인 오역이 있습니다. (여기서 위에서 예로 든 작품들과는 '특정 연관'없다는 거 밝힙니다. 그거 번역한 사람들 연락올라....)
전 전공이 신문방송학입니다. 그 중에서도 굳이 분류하라면
광고와 마케팅입니다. 그래서 전 제 '색깔'을 그 쪽으로 정했습니다.
자기 색깔은 본인이 제일 잘 알 것입니다. 자기가 대학에서 전공한
것도 좋고, 관심있어서 자주 보던 책의 장르도 좋습니다.
암튼 남들보다 '빛'이 날 수 있는 쪽을 택하십시요.
2. 자기 색깔의 책을 하나 고른다.
서점에 자주 나갔습니다. 보고 또 보니까 좋은 책들이 눈에 들어오대요. 최신간 중에서 눈에 띄는 걸 하나 사서 집에 왔습니다.
(이 부분에서 여러분은 amazon.com이나 외서 전문 서점을 이용하면 됩니다. 저도 미국에 살지만 그 싸이트에서 사는 책이 더 많습니다)
일주일만에 다 읽었습니다. 대충대충....
한국에서 번역되면 좋겠다 싶대요.
3. 원 출판사에 이메일을 보낸다
그래서 책 뒤에 써 있는 미국 출판사에 이 메일을 보냈습니다.
'니들 책이 좋아서 한국에 소개하려고 한다. 니들 판권 살아있느냐. 팔았으면 워떤 눔이 사갔냐...'하고 말이죠.
한 달 쯤 걸린 것 같습니다. 미국눔들 하는 일이 딥따 느리거든요.
'팔렸다. 이 눔한테 팔았다.'하고 답장이 왔습니다.
4. 한 챕터 정도 번역하고 기획서를 작성한다.
한 챕터 정도 정성을 다해 번역하고 번역 기획서를 작성합니다.
번역 기획서라고 따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닙니다.
본인이 그 책을 마케팅한다고 생각하고, 성과 열을 다해
꼼꼼히 작성하면 됩니다. 보통, 책의 줄거리, 출판사, 출판 연도,
예상되는 독자 연령층, 번역작가로서 생각하는 서평....
이런 기본에 자기 나름대로 더 멋지게 첨가하고 꾸며도 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카피라이터로 지낸 경력이 있어서
책 광고 문구도 만들고, 한국 책 제목도 열 개 정도 아이디어내서
첨부합니다. 제가 생각해도 참 독보적인 번역기획서죠?
이건 사실, 제 secret인데....쩝.....
4. 한국 출판사와 컨택한다.
그렇게 보기 좋게 작성한 기획서를 그 판권을 사갔다는 출판사에 보냈습니다. 그 기획서에서 제일 중요한 건 뭐니뭐니해도 한 챕터 분량의
본문 번역문이죠.
"당신들이 이 책 판권 사간거 다 안다. 내가 번역하고 싶다.
내 실력 못 믿겠으면 이거 봐라. 번역 쫌 해서 보낸다.
좋은 소식 있길 기대한다. 실력이 안된다면 더 실력 연마해서
다시 찾아오마. 그 때 또 보자...'라는 요지의 멜을 보냈지요.
5.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면 자기 몸값을 정한다.
한국 사람들은 역시 일처리가 빨라....
이틀 뒤에 답장이 왔습니다.
'네 기획서 아주 인상깊었다. 좋다. 니가 해라. 번역료는 얼마 줄까?"
별로 기대 안했는데 막상 연락받으니 가슴이 두근두근...
당장 번역협회 싸이트로 들어가 번역료 요율 체크...
특 A, A, B, C정도로 나뉘어져 있더군요. 번역한 책의 권수에 따라서...
하지만 당시 저는 일본어 번역서, 것도 5년 전에 한 거 한 권 달랑.
잡지나 매뉴얼은 좀 했지만....에라 모르겠다. 못 먹어도 고다 싶대요. 그 출판사가 거물이기도 했지만.
그래서 A급으로 요청했습니다. 싫으면 말지, 뭐.
그동안 내가 간악한 사기꾼들에게 받은 상처를 생각해서라도
그 이하는 안 돼, 하는 생각이 있었나 봅니다.
근데 'OK' 답이 왔고, 전 '우이씨, 더 씨게 부를걸....'했지요.
하지만 현실을 더 잘 알고 난 지금은, 제가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는 운좋은 사람이란 걸 잘 압니다.
여기서 저같은 배짱을 부릴 거냐, 현실적으로 임할 것이냐는
본인의 성격에 따라, 운에 따라, 뭐에 따라 다 달라집니다.
100% 자기가 알아서 해야 합니다. 제가 뭐라고 할 소관이 아닙니다.
6. 온 정성을 다해 번역한다.
보통 마케팅서 한 권(300페이지)에 저는 두 달 반 정도 요구합니다.
거기서 give or take 일 이주일 정도 오락가락합니다.
그 동안 온 정성을 다해 번역합니다.
그래서 납기일을 생명처럼 지킵니다. 일 이주일 정도 오락가락은
몇 권 정도 한 다음에 가능합니다. 출판사에서 '이 사람은 납기일은
칼이야'하고 인정해 준 다음의 일 이주일 오락가락과
처음부터 오락가락은 천지차이입니다.
7. 번역한 원고와 번역 개요서를 같이 보낸다.
번역한 원고는 알겠는데, 번역 개요서는 뭐시여? 하시겠죠?
그 책을 번역한 사람만큼 그 책을 잘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근데 번역 원고가 책으로 그대로 나오는 예는 거의 없습니다.
한국 상황에 맞게, 편집 교정 전문가의 손을 거쳐야 합니다.
그 사람에게 전달하는 일종의 information입니다.
'내가 번역한 책은 끝까지 내가 책임진다' 정신에서
생각해 낸 겁니다.
대충의 내용은 말 안해드릴랍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자기 아이디어를 내서 작성하십시요.
언젠간 책을 한 삼십권 정도하면 제 번역경험담에
대한 책을 한 권 내려고 합니다.
거기서 무지 자세하게 쓸 건데, 여기서 말씀드리면
아무도 안 사볼 것 같아서리.....*^^* 용서하십시요.
제 번역 개요서를 받고 그 출판사는
'이렇게 책임감있는 번역작가는 처음 보았다'고 하더군요.
그 덕분인지 그 출판사와 지금 다섯권의 책을 내리 했습니다.
어떤 분이 제가 번역한 책이 궁금하다고 하시는데,
그 출판사의 프라이버시도 있고, 공개하기는 꺼려집니다.
다만, 마케팅 분야에서는 손가락에 꼽힙니다.
저의 '색깔'을 인정해주고, 제 '색깔'과 대단히 잘 맞아 떨어진
곳이지요. 참고로 전 마케팅서, 투자서, 건강서, 화술, 협상 관련
서적을 했습니다. 모두 마케팅과 상관있지요? '건강서'는 아니라구요?
건강해야 마케팅도 잘 하죠...*^^*
어떻습니까?
어렵습니까? 쉽습니까?
어떻게 생각되시든 여기서 중요한 것 한가지는 이겁니다.
간악한 무리들이 더러븐 손을 내뻗을 여지를
단 '1초'도 허용하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그러니 혼자 하십시요.
"한국에 살면서 어떻게 원서들을 검토하고 고른단 말이지요?
미국 사니까 가능한 거 아니예요?"
이런 질문을 하실 분들을 위해서 다시 오겠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미국 서점에서 책을 검토하는 경우보다는
amazon.com에서 더 많이 사고, 더 많이 검토합니다.
이 곳 서점을 한국의 교보문고로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없는 책이 더 많습니다. 교보문고엔 출판된 책은 다 있지요.
이곳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집에 손님이 오시기로 되 있습니다.
다음에는 책을 검토하는 요령과
스스로 하는 번역공부에 대해 말씀드릴랍니다.
빠른 시일내에 오겠습니다.
도움 되셨길 빕니다.
*출처 - 주간번역가(http://cafe.naver.com/transweekly.ca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