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Cinthia님께서 2003년 다른 카페에 올렸던 글입니다. 참고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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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곳을 알게 되어 처음 가입하고 인사드립니다.
전 미국에 살고 있는 번역작가입니다.
번역일을 시작하고 2년 동안 단행본만 꼭 열 권을 했습니다.
아직 초보지요...
원래 꿈은 방송작가였고, 번역작가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특히, '영어'땜에 학력고사를 망친 저로서는 영어로
돈을 버는 영어 번역작가가 될 줄 몰랐지요.
어쩌다 남편따라 미국에 오게 되서, '소일거리'로 번역을 시작했습니다.
참 시작이 불순했네요. 하지만 지금은 진정한 '프로'가 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습니다.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싶어서요.
제가 까페에 오자마자 글을 쓰고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피해사례'를 보았습니다. 이전같으면 화가 났겠지요.
아직도 번역작가들의 등을 쳐먹고 있는....
하지만 이제는 한숨이 납니다.
아직도 그들에게 속고 있는.....
무슨 번역 자격증, 무슨 번역 학원, 다 순진한 번역작가 지망생들
'돈' 빨아먹자고 하는 수작입니다. 물론, 낭중지추라고 번역시험봐서
만점받고, 번역 학원가서 선생들 답안갖고 지적할 정도의
실력자라면 당연히 자격증 따고, 학원장 추천받아 떡하니
등단할 수 있겠지요-여기서 '등단'이란 자기 이름으로 한 단행본 번역을 말합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손가락 꼽을 정도겠지요.
정작 번역일 하기 전에는 몰랐던 일을 저는 번역일하면서
많이 깨치고 배우고 있습니다.
출판사 관계자들-그들 또한 현업 번역작가로 뛰고 있는 편집자들인 경우가 많죠-은 한 눈에 '재목'을 알아본다고 합니다.
이것저것 자기 소개서 거창하고, 이력서 빵빵해도 소용없답니다.
샘플 번역 한 번 보면 감이 온다지요.
그 사람들이 말하는 '재목'은 어떤 사람인지 아십니까?
간단하지요. 우리말로 제대로 번역을 뽑아내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들, 번역문만 보지 않습니다.
원문놓고 다 비교합니다.
한국말만 그럴싸하게, '제맘대로'할 수 없습니다.
원서에 충실한, 제대로 된 번역문을 원하지요.
자, 책 한권 내고 등단하기가 왜 이리 어렵습니까?
책 한권만 내면 이름 떡하니 책에 오르고,
여기 저기서 연락들도 온다는데.....
번역작가 하려면 해당 외국어 실력은 당연히 기본입니다.
그런데 그 기본이 제대로 안 되어있으면서,
'번역'이 주는 '멋'에만 도취되어 도전장을 내미는 사람도 많습니다.
웬만한 피아니스트들은 가요 한 번 들으면 악보 안보고
반주가능합니다. 그런 게 기본입니다.
토익이나 토플은 그 사람의 외국인으로서의 영어 실력을 보는 것이지요.
번역작가들은 그런 것들을 초월한 상태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그런 시험에 만점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피카소가 대학에서 추상화 실기 강의를 하고 싶다고 하면,
추상화 개론에 대한 강의를 이수하고, 시험치고, 만점받아야
시켜주겠다고 요구할 대학이 있을까요? 그리고 피카소가 그런
시험에서 솔직히 만점받는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요?
그런 게 기본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이 우리말 실력입니다.
'번역은 외국어 실력보다 우리말 실력이 중요하다'라는 말은
우리말 실력의 중요성을 배제하고 외국어 실력에만 치중할 수 있는
오해를 일소하고자 하는 말이지, 진짜로 우리말 실력이 외국어 실력보다
더 뛰어나야 한다는 말은 아니라고 봅니다.
'번역하고자 하는 해당 외국어는 기본이고, 우리말 실력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가 정답이겠지요.
피카소같은 천재적 화가나
베에토벤같은 천재 음악가들은 하늘이 내지요.
그들의 노력만으로 그런 업적을 이루었다고 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그들같은 천재적 음악가 빼고,
솔직히 피아노는 재능타고 나지 않아도 손가락 찢어지게 연습하면
남들 듣기에 '잘 한다'소리 듣지 않습니까?
악기나 자전거, 컴퓨터 등 사람이 손으로 만든 instrument, machine은
얼마나 그걸 많이 다루었냐 하는 '빈도'에 '자연스러움'이 좌우됩니다.
고기집 주차 관리 아저씨들 파킹 실력 보십시요.
근데 같은 음악인데도, 성악은 좀 다릅니다.
기계갖고 하는 게 아니다 보니, 노력만 갖고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쉽게 생각해 보십시요.
음악적 재능이 똑같이 별로인 다섯살된 두 아이에게 한 아이는 피아노를 10년, 한 아이는 성악을 10년 시켰다고 말입니다.
어떤 아이의 결과가 훌륭하다는 평을 들을 확률이 높은지.....
번역은 성악과 마찬가지로 악기나 기계로 하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좋은 선생 만나면 좋은 학교와 연결될 수 있는
다리를 만들고, 감정 조율하고, 소리 좀 다듬을 수는 있어도
원래 타고난 음감과 목소리가 어째지는 게 아니지요.
이야기가 길어지는군요.
전 작가든 번역작가든 '글'을 쓰는 사람도 타고 났다고 봅니다.
정말 노력한다고 글 잘 써지는 거 아니고, 번역 잘 되는 거 아니거든요.
좋은 번역문 보고, 아, 나도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참고는 됩니다. 하지만 자기 것으로 잘 흡수안됩니다.(참고는 되니
분명 발전은 있습니다. 하지만 다듬어지는 정도지 big leap는 없습니다)
이미 여러분의 번역작가적 자질은 정해져 있습니다.
그 자질을 출판사에서 알아만 주면 되는 겁니다.
님들이 '재목'이라면 왜들 그렇게 당하고 계시는 겁니까?
재목이 아니기에 그렇다면 할 말 없습니다.
하지만 전, 재목이심에도 불구하고, 알려지지 못하고,
간악한 사기꾼들에게 이용만 당하고 계신 분들을 위해
이렇게 긴글을 씁니다.
자신이 '재목'이라고 일단 믿으십시요.
-전, 절 '재목'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하지만 절 '재목'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거, 아주 중요합니다-.
남들보다 외국어 잘하고, 우리말 잘하니까 번역에 뜻을 두지
않으셨겠습니까? 그러니 일단, 겸손 그만 떨고 자기를 믿어 보십시요.
그 다음에는 다른 사람이 그걸 알아주나 봐야 할 차례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대한 번역 개발원이니, 인트랜스니,
번역학원이니 '돈 받고 당신 재능 알아봐주겠다'는 사람에게
그걸 맡기냐 이겁니다.
우리에게 돈을 줄 사람에게 알아봐 달라고 해야지요.
상식적으로 그렇지 않습니까?
앞으로 우리 재능을 써 줄 사람에게 우리 재능을 알려야지요.
저도 물론, 한국에 있을 때, 한 두번 그런 실수를 범했습니다.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상담소 찾아가듯 발을 들여놓은 거지요.
하지만 '길'을 알게 된 지금은 그런 곳의 속내를 훤하게 볼 수 있습니다.
'길'을 모르는 사람들을 '길'아는 사람이 이용하고 있는 것 뿐입니다.
제가 아는 어떤 번역 중개 회사-이름만 대면 다 압니다-는
자기들이 시험보고, 등용하고, 강의하고-초급부터 졸업하려면 한 1년 정도 걸리니까 수백만원되는 돈을 받지요-,
드디어 '너 하산해도 되겠다'하고 책 한권 줍니다.
그 학생, 눈물 흘리며 '드디어 내 책 낸다' 온 동네 광고하지요.
그런데 그 번역 중개회사는 자기들이 키운 학생을 헐값에 팔아먹습니다.
출판사측에서는 원고지 장당 3,000원 주는데 중간에서 2,000원 꼴깍하고
1,000원만 줍니다. 그 학생, 지금 돈이 문젭니까? 500원 줘도 하겠다고
감사해하지요. 이 얼마나 통탄할 노릇입니까? 자기들이 키워놓고,
자기들이 이만하면 쓸만하다 해 놓고 말입니다.
그럼, 자기들이 스스로 시인하고 있는 꼴입니다.
"우리는 원고지 장당 1,000원짜리 실력까지는 못만들어 드립니다."
주변에 웬만한 출판사에 메일 띄워서 물어보십시요.
요즘 단행본 번역하는 데 원고지 장당 2,000원 이하 있는지....
아, 물론 좋은 번역강좌들 많습니다.
그거까지 듣지 말고, 귀 꼭 닫아 두라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번역강좌들 하고 그걸로 끝나야 합니다.
턱없이 강의료가 비싸다거나, 비싼 이유를 일감 주니까 등으로
연결하는 곳은 무조건 열외시켜야 합니다.
지금 EBS에서도 번역강좌가 있는 줄 압니다.
그리고, 서점에 가도 좋은 번역강좌 도서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보조이며
정말 좋은 번역강좌는 스스로 자기가 자기에게 하는 강좌입니다.
오늘은 이야기가 너무 길었습니다.
다음에 오면,
제가 혼자 힘으로 번역작가가 된 '길'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하는 번역강좌에 대해서도.....
제 결론은 이거군요.
'번역작가, 이젠 혼자 힘으로 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주간번역가(http://cafe.naver.com/transweekly.cafe)